내가 숙녀복을 취급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결혼 전에는 백화점에서 일을 했다. 이원재 숙녀복에 있다가 그 상호를 가지고 이곳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다. 중간에 그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상호를 바꿔서 지금의 <미>가 되었다.

상가 전체가 부도가 나서 보증금을 다 날렸던 기억은 아직도 힘들게 남아있다. 처음엔 3년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열 배의 세월인 30년을 넘게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이 참 신기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젊을 때는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오히려 편안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오랜 시간을 손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정도 들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우리 가게는 브랜드가 있는 상품을 오래 팔았기 때문에 지금은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아도 그 이미지에 맞는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으려 애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가게에는 가격보다는 품질과 디자인에 더 비중을 두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는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같은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한 번 인연을 맺은 손님들은 계속 찾아 주신다.

1층에 있는 <뜨개질하는 남자>는 이종 사촌 동생이 하고 있는 가게다. 내 소개로 이모님이 이곳에서 함께 장사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이모님과 동생 덕분에 의지가 되고 좋다. 그리고 장사하는 엄마 신경 쓰지 않게 배려해주고 훌륭하게 자라준 딸, 항상 챙겨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남편이 있기에 오늘도 나는 기운을 내고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바람이 있다면 이 단대오거리 시장이 좀 더 오래 버텨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새로운 분위기의 상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 넘치는 시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