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옷을 판매한 지는 20년이 되었다. 올해 일흔여섯 살로 이 단대오거리 시장에서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처음 장사를 할 때는 서울에서 도매업을 했다. 그런데 사업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서 이곳 성남으로 오게 되었고 남성옷을 파는 소매업을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아내가 주로 장사를 했었는데 지금은 손녀를 보기위해 집에 있고 내가 나와서 가게를 보고 있다. 아내가 할 때는 단골손님도 많고 훨씬 상황이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힘들다.

평생을 했지만 옷장사는 참 어려운 업이라고 생각한다. 요새는 중국산이 많아 반품도 어렵다. 게다가 비싼 물건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겐 부담스럽고 싼 물건은 주변에 있는 모란시장이 더 싸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를 않는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세상이라 이 시장에 나오는 손님들은 그런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든 나이든 손님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예전보다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 못하다. 그런데다 장사한다고 대놓고 무시하는 손님이라도 만나면 참말로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이 곳은 20년을 넘게 우리 가정을 지켜준 곳이다. 번듯하게 자라서 한의사, 변호사, 은행원을 하고 있는 자식, 며느리를 보고 있으면 힘든 것도 속상한 마음도 다 스르르 사라진다. 칠십을 훌쩍 넘은 이 나이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