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하던 공주란제리를 인수 받아서 장사를 한지 4년 정도 되었다. 장사가 안 되서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시작했는데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서 그런지 이 곳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가장 힘들다.

나는 슈퍼, 봉제공장, 과일장사, 인테리어, 부동산 등 안 해본 게 없다.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서 웬만한 어려운 일은 눈도 깜빡 안한다. 그런 나도 요즘은 많이 힘들다. 얼마 전에도 속옷 한 장을 네 번이나 바꾸러 왔다가 결국엔 환불해 간 손님이 있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몸에 힘이 쫙 빠진다. 그래도 힘을 내서 잘해봐야지 맘을 먹는다. 그런 책임감으로 오늘도 나는 가게 문을 연다.

쉬는 날엔 그동안 못했던 집안일을 하고 찬거리를 사다 반찬을 해서 아들, 딸에게 나눠준다. 다들 일을 하느라 반찬도 제대로 못 해먹는데 설령 맛이 없어도 해다 주면 맛있다고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면 좋다. 그 즐거움에 또 해 다주고 그런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사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를 열심히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 잡고 오늘 하루도 이겨낸다. 그런 나에게 “기운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박미영, 기운내.”